강길수 수필가
강길수 수필가

다음 달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재외투표 3월 27~4월 1일, 선상투표 4월 2~5일, 사전투표 4월 5~6일이다.

코앞의 총선을 생각하니 웬일인지 ‘양심(良心)’이란 말이 떠오른다. 선거와 양심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내 마음은 이 말을 소환했을까. 나라가 신생자유민주주의 체제였던 때 나고 자란 연유일까. 아니면, 인간 본성 탓일까. 아무래도 민주주의의 선거는 양심과 상관이 있기 때문이리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헌법전문에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두말할 것 없이 선거로 일꾼들을 뽑아 출발했다. 한국은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세웠다. 일제강점기여서 정상 국가는 아니었다. 해방 후, 1948년 5·10 총선으로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헌법을 제정하여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어 정부를 수립하고 세계에 공포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

결국, 선거를 통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나라의 선거가 공명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거 공명성은 유권자와 선거사무원들이 양심적으로 투표와 선거사무를 해내야만 확보될 수 있다. 만일 누가 비양심적인 투표나 선거사무를 했다면, 그 투표나 선거는 당연히 무효다.

양심이란 무엇일까. 한 백과사전은 양심을, ‘선악을 판단하고 선을 명령하며 악을 물리치는 도덕의식’이라고 풀이한다. 즉, 양심은 부정선거를 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주체라는 뜻이 된다. 하면 선거에서 선, 악은 무엇일까. 당연히 선은 공명한 선거고, 악은 부정한 선거다.

지난 4·15 총선 후, 일군의 양심적 애국자들이 선거 데이터 통계분석, 부정투표지 등 수많은 부정선거 사실과 증거들을 밝혀내고, 지난 4년간 부정선거 퇴치를 외쳤다. 그러나 대다수 주류언론과 정치권, 사법당국, 정부까지 별 관심이 없었다. 제기된 선거소송도 대법원은 법정기일 180일을 대부분 어기며 질질 끌다가 의원 임기가 끝나갈 무렵 모두 기각했다. 스스로 양심을 죽인, 곡조 슬픈 시대다.

집권 여당은 이번 국회의원 후보공천에서 오랫동안 줄기차게 부정선거 없애기 운동을 했던 두 후보를 경선 배제 또는, 공천취소 하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결국, 한 분은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출마’를 결정했고, 다른 한 분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죽인 양심 시대의 가슴 아픈 초상(肖像)이다.

이제 국민은 어찌해야 하나. 각자가 나부터 양심을 되살려야 한다. 침묵했던 국민이 되살아난 양심의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때다. 사전투표지에 관리관 개인 도장을 찍으라는 공직선거법을 무시하고 인쇄로 갈음하는 ‘불법적 사전투표는 하지 말고, 본투표 하기’부터 실천하는 일이다. 이것이 국민이 내는 큰 양심의 목소리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