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치료 잘하는 곳으로” 유턴하는 환자들
세계적 유방암 수술 권위자 백남선 원장 등 우수 의료진 포진
꿈의 암 치료기 ‘트루빔’ 도입, 3차병원 못지 않는 인프라 눈길
한동선 병원장 “지방시대 최대 화두 의료에 전폭적 지원 필요”

21일 오전 유방갑상선암센터 백남선 원장이 유방암 수술을 마치고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세명기독병원 제공

무조건 큰 병원, 대학병원이 좋다? 집 가깝고 치료 잘하는 병원이 더 좋다.

□무작정 기다리느니 가까운 근처 병원 간다.

21일 오전 9시 포항세명기독병원 백남선 암병원장은 암 환자 김모(43)씨의 유방암 수술을 진행했다.

김씨의 경우 포항에 살지만 지난해 12월 지역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후 바로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을 찾아 다시 검사 후 수술을 위한 입원 날짜를 예약한 상태였다.

그런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 사태가 길어지자 이미 두 달 넘게 기다리고도 수술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유턴한 케이스다.

김씨의 남편은 “암 수술이다 보니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위해 기다릴지 고민도 많이 했다”며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선센터에 백남선 원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날 유방암 수술을 집도한 백남선 원장은 국내 최초 유방 보존 수술을 시행한 세계적인 유방암 수술 권위자로 건국대병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암병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백남선 원장은 ‘지역 암 환자를 위한 병원’ 취지에 공감해 4년 전부터 포항세명기독병원에 부임, 포항과 경주·영덕·울릉 등 동해안권 지역의 유방암과 갑상선암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또 지난 16일 이 병원에서 위암의 내시경적 절제술 시술을 받은 권모씨(61)도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조기 위암 내시경 시술 날짜를 잡아놨던 경우다.

권씨는 “포항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여기에서도 내시경으로 암 제거 시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암인데 싶어 서울 쪽 병원을 찾아 시술을 예약했다”면서 “그 당시 한 달 정도 기다리면 됐었는데 2월 말에 기한 없는 연기 통보를 받아 무한정 기다리다 암이 전이될까도 두렵고, 의료진에 대한 믿음으로 이 병원에서 시술받았는데 깨끗하게 제거된 사진을 보니 잘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지방에도 규모나 실력에서 서울 대형 병원에 밀리지 않는 병원 많다.

앞선 두 사례에서 보듯 최근 전공의 파업에 따른 서울 ‘빅5’ 병원을 비롯한 대형 병원의 수술 연기와 취소가 이어지며 지방 환자들이 집 근처 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아프면 무조건 서울 큰 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방에서 암 진단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도시 3차 병원을 찾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 병원 중에도 규모나 실력에서 서울 대형 병원에 밀리지 않는 병원이 많고, 이번 의료계 파행이 길어지며 대도시 대학병원을 선호하던 환자들의 지역 병원에 대한 인식 전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의 경우 지난 2017년 암병원 개원과 함께 혈액종양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를 영입해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선형가속기 바이탈빔을 대구·경북 최초로 도입했고 이어 2022년에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트루빔을 도입해 장비와 시설, 의료진 등 모든 부분에서 대도시 3차 병원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세계적인 유방암 분야 수술 권위자인 백남선 원장을 초빙해 지역 병원에서도 암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하고자 노력해 왔다.

세명기독병원은 이 같은 노력으로 2023년 유방암, 갑상선암, 위암, 전립선암, 폐암 등의 암 수술 405건과 방사선치료 1만3천618건, 항암치료 4천59례를 진행하며 지방 병원에서도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한동선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방 소멸 시대를 걱정하는 단계인데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료분야다”면서 “정부에서는 지금이라도 지방 의료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 병원들은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에 대해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선배 의사로서 의료질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 또한 없지 않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의료인과 환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