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는 가족 인질” 신종 수법
범인, 전화 끊으면 죽이겠다 협박
통화 유지하면서 문자로 신고해
경찰, 외교부 콜센터와 신속 연계
검거팀 배치 수천만 원 피해 예방

지난 11일 오후 1시20분쯤 경북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활실에 다급한 문자신고가 1건 접수됐다.

캐나다로 유학 간 아들과 아내가 살고 있는 집에 괴한 2명이 침입해서 가족들을 인질로 4천만 원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A씨.

범인들이 시키는 대로 인출한 현금을 건네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 대전으로 가고 있던 A씨의 신고였다.

범인의“전화를 끊으면 가족들을 죽이겠다”는 협박 때문에 A씨는 계속 통화를 해야 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됐지만 처형을 통해 아내에게 연락했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112 문자신고’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결국 범인과의 통화 도중 스마트 폰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

문자신고를 받은 경북경찰 112치안종합상황실은 신속히 외교부 영사콜센터 및 벤쿠버 영사관을 통해 현지 가족 안전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동시에 통화중인 A씨와 문자를 추가로 주고 받으며 범인과의 접선장소를 확인, 해당 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하면서 범인검거팀을 배치했다.

이후 차량으로 이동중인 A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 인근의 고속도로순찰대가 A씨 차량을 정차시키도록 조치했다.

이어 경찰은 A씨에게 “캐나다 현지 가족들이 안전하다”는 밴쿠버 영사관의 통보를 전달했다.

극도로 불안해 하던 A씨는 그제서야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쉰 후 범인과의 오랜 전화 통화를 끊어 버릴 수 있었다.

이같은 수법은 ‘해외에 유학생 자녀나 가족을 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한 유형으로, 경찰의 신속한 조치로 범죄 피해가 예방된 사례다.

경찰 한 관계자는 “범인들은 사전에 휴대전화 해킹 등으로 가족관계 뿐 아니라 이름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칫 속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 거주 가족들과 전화 통화가 어려운 현지 심야 시간대 범행이 이뤄지는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족들의 목소리까지 변조하고 있어, 범죄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철문 경북청장은 “유관기관과 인접 경찰청과의 적극적인 공조로 ‘범죄로부터 한 가정을 지켜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피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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