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빠스쩨르나끄 (박형규 옮김)

나는 죽었지만 그대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하소연하며 울부짖으며

바람은 숲과 오두막집을 뒤흔든다.

아주 끝없이 먼 곳까지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씩이 아닌

모든 나무를 한꺼번에

마치 어느 배 닿는 포구의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돛단배의 선체를

뒤흔들 듯이

따라서 이 바람은 허세나

무의미한 분노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

당신을 위한 자장가의 노랫말을

이 슬픔 속에서 찾기 위함이다.

“살아 있다”는 ‘그대’는 죽은 이 아닐까. 반면 ‘나’는 살고 있으나 죽은 듯이 무력한 상태고. 이와 달리 죽은 ‘그대’는 바람이 되어 “울부짖으며” “숲과 오두막집을”, 그것도 소나무 한 그루씩이 아니라 숲 전체를 뒤흔든다. 그대는 억울하게 죽은 이였던 건가. 시에 따르면, 이 바람은 허세나 무의미한 분노가 아니라, 안식을 얻기 위해 ‘자장가의 노랫말을/슬픔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