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귀자수필가
피귀자 수필가

이파리들이 찰랑거리며 간다. 잘린 나뭇잎을 지고 가는 개미떼의 모습이 팔랑거리는 날개 같다. 개미는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다양한 모양으로 잘린 잎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동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지고 갈 크기만큼 잎을 잘라 등에 지고 나른다고 잎꾼 개미, 또는 잎을 자를 때 아래턱뼈를 마치 가위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가위 개미라고도 불린다.

열대종인 이 개미가 최초의 농사꾼이라니! 부지런하고 근면한 대명사가 개미지만 농사도 짓는다는 말에 저절로 귀가 쫑긋해졌다. 게다가 인간보다 5천만년 정도 먼저 농사를 시작한 종으로 평가 받는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개미들은 지구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동물 사회를 이룩하고 있다. 무리가 생성되고 몇 년 있으면 800만의 개체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개미학자들이 규모를 알기 위해 버려진, 어떤 개미집의 내부에 시멘트를 들이부은 결과 42평, 즉 어지간한 집 한 채 크기가 나왔다고 한다. 작은 개미들의 생활 과정이 놀랍다.

우리는 종종 보이는 대로 그것에 갇혀버리는 실수를 한다.

작고 보잘 것 없다고 무시하거나 마음대로 판단해 버리고, 편견과 고정관념의 방해에 전체 모습을 오롯이 바라보지 못한다. 하여 생각의 확장을 스스로 가로막고 진실을 보는 시야를 차단해버리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꽃나무처럼 순순해져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야 하리.

이들이 잎을 채취하는 이유는, 잘게 찢어서 균사를 사육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균사가 이들의 주식인데, 그들이 기르는 균사와 서로 의존적인 공생을 하고 있다. 즉 균은 개미들이 있어야 살 수 있고, 개미의 애벌레들은 균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공생관계인 것이다. 개미들은 버섯 균이 새로운 식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감지해낼 수 있으며, 만약 어떤 식물이 균에 해롭다고 밝혀지면 더 이상 그 식물을 수집하지 않는다고 하니 많이 똑똑하다. 무르익은 개미들 삶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생의 온갖 경험들이 응축되어 쌓인 지혜와 비견되어 감탄하게 된다.

이들 개미의 분업화 수준은 매우 높다. 성숙한 무리에서는 몸의 크기로 대략 4계급으로 나뉘는데, 계급마다 맡은 일이 다르다고 한다. 각 계급의 이름은 정원사개미, 소형일개미, 중형일개미, 대형일개미(병정개미)이다. 머리의 직경이 1㎜가 되지 않는 정원사개미는 어린 유충을 돌보거나 버섯 농장에서 일하며, 잎을 운반하는 개미들을 기생파리로부터 보호한다. 소형일개미는 정원사 개미보다는 약간 크며 경비병 역할을 한다. 잎을 가지러 가거나 오는 개미들을 보호하며 다른 생물이 공격할 경우 제일 먼저 방어를 한다. 중형일개미는 잎을 자르고 무리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대형 일개미는 가장 큰 개미로 무리를 외부침입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주 임무이다.

개미들이 잎을 수집하고 있을 때, 잎꾼 개미 위에 다른 개미들이 올라타서 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얌체라서가 아니다. 기생파리가 이동하는 개미의 목을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기생파리는 일개미 머리의 관절에 산란관을 꽂아서 알을 낳으므로, 잎을 들고 가는 정원사 개미나 소형개미가 지키면서 기생파리의 공격을 방지해준다니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다.

작디작은 개미들도 이렇게 서로 힘을 합쳐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서로 편을 갈라 공격하고 없는 일까지 만들어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어떻게든 상대를 끌어내리고 내가 올라가겠다며 모여서 시위를 하고 피켓을 들고 소리치며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여러 어리석은 작태가 혐오스러울 지경이다.

새해엔 잎꾼 개미처럼 맡은 일 잘하며 시기와 질투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역할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모두에게 이로운 사람, 쓸모가 많은 사람, 살아서는 기둥이 되고 죽어서는 역사가 되는 사람, 그가 있음으로 우리 모두가 더 아름답고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이 늘어나 평화로운 사회가 되기를 빌어본다. 우리 모두가 이들 개미처럼 자유와 평화를 위한 달콤한 농사꾼이 되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