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 비어만 (전영애 옮김)

절망이 유행이다. 절망적인 절

망은 그렇지 않고. 그런 절망 안에야, 즉 격심한

절망 안에야 늘 그래도 희망이 불타고 있는 법인데,

오늘날 설쳐대고 있는 건 아늑한 절망

히죽거리는 절망.

니체의 포즈로: 선악이란 없으며, 존재하고

존재했으며 또 존재할 모든 것, 그 모든 것은 한결같다고:

자연과정이라고:

인간 없는 인류라고,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얼마나 굼뜨게 인생이 흘러버리는가, 희망

희망은-얼마나 극렬한가 아직도 언제나!

옛 동독 시절 독일의 비판적 음유 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인데, 지금 한국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현 상황에서 ‘절망’을 운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아늑한’, ‘히죽거리는 절망’ 아닐까. 왜냐하면 “격심한/절망 안에”는 “희망이 불타고 있는 법”인데 요즘 말해지는 ‘절망’ 안엔 극렬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 그 절망은, 모든 게 ‘자연과정’이라며 현실에 순응하는 절망처럼 보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