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의 한 마을 하천에 쓰레기가 보인다.
곧 터질듯한 꽃망울과 새순,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즐거운 비명이 절로 나온다. 대구에 나온 남편과 아파트 옆 욱수천 산책로를 걸었다. 남북으로 길게 흐르는 천변 산책로 중에 오늘은 남쪽 욱수골로 방향을 잡았다.

청송 우리 마을 앞 개천도 이렇게 잘 정비하면 얼마나 좋을까. 차로를 따라 걷는 위험도 없이 즐겁게 산책할 수 있을 거라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욱수골 묵 집에서 두부와 파전에 막걸리를 기분이 좋게 마시고 다시 천변을 걸었다.

군데군데 검정 비닐이 나무에 걸려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풍경이었다. 좀 더 내려가니 천변의 기울어진 언덕에 여기저기 흩어진 비닐과 휴지, 깡통이 보였다. 왜 저기만 저렇게 쓰레기가 많을까 싶어 자세히 보았다. 그 위로 벤치가 몇 있었다.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있는 곳이었다. 주변을 보니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다. 숲이 어우러진 계절에는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나무들이 앙상한 지금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유독 쓰레기가 넘쳐난다. 쓰레기통이 없어서 양심까지 얹어서 버린 것일까.

그 풍경을 보면서 청송 집 마을의 일이 떠올랐다. 집 앞에는 제법 넓은 폭의 잘 정비된 하천이 있고 다리가 있다. 예전에는 하천과 지면의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강바닥에 쌓인 흙을 파내면서 점점 깊어졌다.

가끔 동네의 아낙네들이 힐끔힐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도로를 건너 다리 옆으로 가서 뭔가를 던진다. 못 본 척 있다가 그녀가 가고 나서 그곳으로 가 보았다. 음식물 쓰레기와 나물 다듬은 찌꺼기 등이 버려져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오물들을 왜 다리 밑에 가져와 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흥분한 나에게 남편은 몇 번을 이야기해 봤는데 고쳐지지 않았다고 했다.

며칠 전에 다시 확인해 보았다. 여전히 쓰레기 투척은 그대로였다. 남편은 그냥 있으라고 하지만 동네의 깨끗한 하천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쓰레기 투척 금지라는 팻말을 만들어 붙이거나 벌금을 매기든지 강제적인 방법도 좋을 것 같다.

결혼 초기에 하천에서 미꾸라지, 골뱅이를 잡았던 일이 그립다. 지금은 생활하수와 쓰레기로 더러워져 물에 들어갈 생각도 못 한다. 마을 입구 강에서 고기도 잡고 식구들 모두 물놀이하던 때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이제라도 동네 앞을 흐르는 하천은 마을 주민이 앞장서서 깨끗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이 하천이 우리 세대의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내 자식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뺏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우리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강도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여 부디 쓰레기는 자기 집에서 처리하기를 제안한다. 또한 마을마다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봄맞이 하천 대청소는 어떨까. /손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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