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확

단지 외로워서 제 몸에서 송곳니처럼 뻗은 가지들이

필시 그 외로움으로 한 계절을 같이 해온 무성한 이파리들

그러나 일찍이 병든 이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긴 손을 뻗은 채 서 있는 궁산 기슭의 서어나무 한 그루

뱀의 혓바닥 같은 연이은 참사를 몰고 온 여름의 폭풍에도

마냥 꺾일 듯 쓰러졌다가 일어서길 반복하며 해마다

알을 품고 새끼쳐나가는 까치집을 몇 년째 붙들고 있다

(중략)

스스로조차 어찌할 바 모르는 바람의 본성에 따라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나무의 지혜에 충실하게

어쩌면 그 누구도 구원을 확신하지 못하는 비탄의 시간,

(하략)

모든 존재자들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저 ‘서어나무’와 까치도 그렇다. ‘까치집’은 두 존재자가 맺은 관계의 결실이다. 까치는 서어나무 위에 둥지를 지어 나무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나무는 “바람의 본성에 따라/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음으로써 까치집을 “몇 년째 붙들”며 보호한다. 이 관계 맺음을 통해 존재자들은 ‘연이은 참사’에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인간의 삶 역시 그러할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