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지역원로작가 김정숙 ‘나의 에세이’전
포항시립미술관 신년 기획
작가의 삶과 조형 세계 조망
다양한 여인들 이야기 담은
회화 40여점, 5월 12일까지

포항시립미술관 2024년 신년 기획전시 지역원로작가전 김정숙 작가의 ‘나의 에세이’ 전시장 모습. /포항시립미술관 제공
포항시립미술관 2024년 신년 기획전시 지역원로작가전 김정숙 작가의 ‘나의 에세이’ 전시장 모습. /포항시립미술관 제공

작가로 살아온 50여 년의 이야기를 캔버스에 담아낸 원로 여류화가 김정숙(74)의 전시가 포항시립미술관 3,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포항시립미술관 2024년 신년 기획전시 지역원로작가전 김정숙 ‘나의 에세이’는 여성으로서 대학 진학조차 어려웠던 시절, 포항에서 그림을 시작해 지역 여성 화가로서 고향을 지키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김정숙의 삶과 조형 세계를 조망한다. 작가는 유년 시절 특별한 추억을 간직한 보경사 인근에서 고향을 지키며, 마을 어귀에 늘 서 있는 당산목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옛 기억을 토양 삼아 눈과 마음에 새겨진 고향의 향기에 집중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궈왔다.

작가의 삶과 여성의 삶 그 사이에서 피어오른 김정숙의 다채로운 회화 작품 40여 점은 재료와 상관없이 순간의 시간과 감정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한 편의 에세이이자 삶의 궤적처럼 펼쳐진다.

‘나의 에세이’전은 세 가지 테마로 꾸며진다.

 

김정숙作 ‘우리들의 이야기’
김정숙作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김정숙에게 인체를 연구하는 것은 미술의 기본기 훈련이자 아름다움과 잠재된 미적 세계를 구현해 내는 주요한 수단으로써 사용돼왔다. 15년째 쉬지 않고 인체 누드 크로키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 시리즈는 김정숙 작품 활동의 시작점이자 여성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과 기운의 흐름을 통해 여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작가는 인체의 동세를 몸짓이라 표현한다. 몸짓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이자 몸의 움직임으로 감정 상태, 태도를 드러내는 메시지다. 배경에 등장하는 나비는 작가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기호로서 같은 여성의 삶을 살았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김정숙은 세부 묘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와 인상을 중시하며 회화의 속성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감정, 교감, 서사, 공감의 기제로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김정숙作 ‘여인군상’
김정숙作 ‘여인군상’

△‘인도·네팔 여행기’

김정숙의 화업은 2003년 인도·네팔 여행을 통해 전환기를 맞이한다. 김정숙의 첫 인도행은 인도·네팔 불교 성지순례를 떠나는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였다. 그들과 함께 마음을 정화하며 깨달음을 향한 숭고한 여정을 나눴다. 이 여행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며 모험을 즐기게 된다.

여섯 번의 인도행,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포카라에서 바라본 설산의 히말라야, 평생 잊을 수 없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 아잔타 석굴 가는 길에 만난 염소 여인, 어린아이를 안고 맨발로 거리를 배회하는 여인, 부다가야 가는 길에 만난 사과 파는 여인 등 스쳐 지나간 모든 것이 그림의 소재가 됐다.

김정숙은 여행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그곳에서 느낀 신비롭고 장엄한 자연, 맑고 순수한 사람들의 눈빛 등 그때 받은 감동을 하나도 빠짐없이 화폭에 담아내려고 작품에 몰두했다. 인도·네팔 연작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정숙은 머지않아 인도로 다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경사 이주 이후’

“나도 언젠가는 타샤 튜더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큰 정원은 아니더라도 조그마한 정원을 갖고 싶다. 그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2013년 김정숙은 꿈에 그리던 자기만의 갤러리를 갖게 된다. 오래된 추억과 향수가 남아있는 보경사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그리고 싶은 나무와 꽃으로 정원을 가꿨다. 봄이면 장미와 제비꽃이 가득하고 유월에는 수국이 정원 전체를 뒤덮는다. 이 풍경들은 자연스레 작업의 소재가 됐다. 더불어 그녀의 꽃 그림 배경에는 바다와 등대가 항상 등장한다. 작가에게 바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다. 마음이 허전했던 시기 틈만 나면 바닷가로 달려가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바라보고 느끼며 그 자리에서 바다 풍광을 담아냈다. 전시는 5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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