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연못가 버드나무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몇 마리의 물고기가 툭 툭 놓여났다

공중을 물들이며 스스륵 잠기는 물고기

(중략)

버드나무는

물속에 잠긴 발등을 오래 바라보며

고요하다

이게 버드나무의 마음이라면

연못 속에도

나뭇잎에서도

물고기들이 태어나고 자란다

어느 저녁

나도 툭 놓여나겠지

밤이 연못 속으로 고이고

물속은 한없이 깊어지고

나를 데려다준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연못과 그 옆에서 연못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버드나무와 이 풍경을 보고 있는 ‘나’는 서로 감응하며 미메시스된다. 하여 연못의 물고기는 버드나무 나뭇잎이 되며,‘나’ 역시 물고기처럼 “툭 놓여”날 테다. 이러한 마술의 현현은 미메시스가 마음에서 일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못과 버드나무와 ‘나’의 마음은 미메시스로 인해 물처럼 뒤섞이며 깊어지고, 이 마음속에서 “물고기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