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박은경 옮김)
사랑이란….
하늘을 향해 나는 것
매 숨결마다 장막을 백 개씩 뜯어내는 것
처음엔 한 숨 한 숨 끊고
처음엔 한 걸음 한걸음 끊는 것
이 세상을 무시해버리는 것
자기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심장아, 네게 축복이 있길
사모하는 자들의 무리 속에 도달하기를
보이는 곳 너머의 그곳을 바라보길
가슴속 골목길을 달리기를
오 심장아,
이 숨결은 어디서 왔는가
오 심장아,
이 두근거림은 어디에서….
오 새여, 새들의 언어를 말하라
나는 들리는 소리에 숨겨진 신비를 알고 있다 (하략)
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인 루미의 시. 중세 시대에 놀랍게도 루미는 사랑에 대한 확 트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사랑은 신과의 사랑을 의미하겠지만, 사람끼리의 사랑 역시 저 이미지는 생생하게 들어맞지 않는가. 하여, 사랑은 ‘새들의 언어’로 소통한다. 사랑이란 “하늘을 향해 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사랑에 빠진 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 지상을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