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동 볼 판정 시스템
이번 시즌 도입에 선수들 촉각
포지션 따라 유불리 큰 온도 차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화두 중 하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다.

‘게임의 룰’이 바뀌는 것인 만큼 십수 년 차 베테랑 선수들도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2024시즌을 준비한다.

지난달 30일 스프링캠프 출국길에서 만난 많은 선수가 전지훈련 목표로 새로운 규정에 대한 적응을 내걸었다.

다만 포지션별로 온도 차가 나타났다. 투수는 엄격해지는 스트라이크 존에 걱정이 앞섰고 타자는 판정의 일관성에 기대감을 품었다.

통산 1천947개의 삼진을 잡은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부정적인 견해를 직설적으로 밝혔다.

양현종은 작년까지 9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을 달성하며 이 부문 역대 최다 1위인 송진우의 2천48탈삼진에 101개 차로 접근했다.

양현종은 “(ABS의) 스트라이크 존은 그동안 저희가 야구를 해왔던 스트라이크 존보다 당연히 작을 것”이라며 “투수 대표로서 말하긴 그렇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든다. 투수에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도 (ABS의) 인공지능이 들어갔을 때 볼넷이 스무 개 이상 나오잖나. 아마추어와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프로 선수도 조금은 타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전반기 시범 운영되는 피치 클록에 대해서도 “제가 원하는 밸런스에 던져야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은데 시간의 압박을 받는다면 과연 스트라이크가 들어갈지, 힘 있는 공이 들어갈지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제 영상을 보며 시간을 재봤는데 (피치 클록에) 간당간당하더라”면서 “스피드 업을 위한 제도인데 경기 시간이 줄어들까 하는 의문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LG 트윈스 토종 에이스 임찬규도 달라지는 스트라이크 존을 걱정하며 연구하는 모습이었다.

임찬규는 “볼 같은 공을 잘 잡아주는 곳이 어디인지, 어디가 범타가 많이 나오는지 체크해봐야 한다”면서 “2군에 시범 도입됐을 때 던진 적이 있는데, 커브의 경우 제가 볼이라고 생각한 공을 (스트라이크로) 줄 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궤적을 최대한 크게 그린다든지, 슬로 커브를 던져본다든지, 체인지업을 백도어로 던져본다든지 하면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라인이 하나 있을 것 같다. 원바운드성인데도 스트라이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자들은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KBO리그 현역 통산 타율 1위 박건우(NC 다이노스)는 ABS 도입을 환영했다.

박건우는 역대 통산 타율에서 미국프로야구(MLB)에 진출한 이정후(0.340),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0.330) 다음으로 3위(0.326)에 올라 있다.

박건우는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서 너무 헷갈렸었다.만약 바깥쪽으로 하나 빠진 공에 스트라이크를 줬다면 모든 심판이 그걸 스트라이크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박건우는 “(설사)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원 바운드되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줬다면 선수는 그거에 대한 대처를 준비하면 된다”면서 “일관성만 있다면 저는 괜찮을 것 같다. 되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안치홍(한화 이글스)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다.몇 번 해봐야 적응될 것 같다”고 했고, 홍창기(LG 트윈스)는 “타자가 칠 수 없는 공도 존을 통과하면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투수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는 포수 김형준(NC 다이노스)은 “ABS는 조금 하다 보면 적응될 것 같은데, 피치 클록은 시간 내로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투수가) 잘 적응하고 극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