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자

감아도 감아도

당신은 내 품 밖에 있습니다

당신을 오르느라 핏물 배인 내 여린 손가락들

모른 척 당신은 먼 하늘만 바라보네요

몸이 있다고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안았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어서

당신 몸 속을 파고 또 파고 들었지만

통나무 같은 당신은 매일 밤 나를 토해내네요

차이는 게 일이라

그리움조차 하얗게 말라버렸지만

감고 감는 일밖에 나는

다른 사랑을 모릅니다

시인은 사랑의 전도사 아닐까. 그러나 시인에겐 교리가 없다. 그는 사랑의 속성을 새로 발견하여 우리에게 전한다. 위의 시의 사랑은 어떤가. 슬프다. 화자는 당신의 “몸 속을 파고 또 파고 들”며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하지만, 당신은 “매일 밤 나를 토해내”니 말이다. 이젠 그 사랑은 끝나 “그리움조차 하얗게 말라버렸”다. 하나 사랑은 그 “감고 감는 일” 자체에 깃든다는 진실을, 화자는 우리에게 전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