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창 영양군수
오도창 영양군수

지난 2023년 영양군의 사망자 수(281명)는 출생자 수(29명)의 10배나 된다. 한때 인구 7만791명(1973년)을 기록했으나 어느새 전국 최고수준의 인구감소율 77.4%를 기록하며 해가 거듭될수록 인구감소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심리적 인구 마지노선인 1만6천명 선이 붕괴되면서 이제는 지자체 존립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주 산업인 농업은 고령화 여파로 일손 구하기가 더 힘든 실정이 되었고 다른 산업을 유치하기에는 교통 인프라를 비롯한 지역 기반의 열악함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어쩌면 일자리·소득·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대규모 국책사업 밖에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군민들도 인정하며 양수발전소가 반드시 유치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퍼 올려 저장한 다음 필요한 시기에 물을 이용해 발전하는 시설이다. 저수지를 만들면 해당 지역 마을 주민이 이주할 수도 있고 발전소 건설 과정에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등 피해가 있어 양수발전소는 대표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몇 차례 국책사업 유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지역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영양군민 모두가 뼈저리게 실감하며 양수발전소 유치가 지역을 살릴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과거 예천에서 근무했던 시절 예천군이 양수발전소로 지역과 상생하며 주민들이 많은 수혜를 받는 것을 눈여겨보며 언제가 영양군에도 양수발전소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머리속에 염두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영양군수로 취임하며 지난 2020년 7월 양수발전소 영양군 유치 계획을 수립하는 등 선제적으로 유치를 준비했다.

언제 발표될지 모를 정부 계획을 기다리기에는 여유가 없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찾아 발품을 팔며 관내 곳곳을 수차례 답사에 나섰다. 아쉽게도 적합한 후보지를 찾지는 못하였으나 우리의 이런 노력을 지켜본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정밀 검증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용량의 부지를 발굴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3년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며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위한 사전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4월 24일 드디어 한수원(주) 측에서는 영양군에 사업 추진의사를 타진해 왔고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섰다.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사업대상지 주민들과 군민들에게 전했다. 민간 주도의 유치위원회는 유치활동에 속도를 높였다. 결의대회부터 범군민 서명운동(서명률 86.47%)과 주민여론조사(찬성률 96.9%)를 통해 양수발전소 유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9개월의 대장정을 끝으로 유치 확정이라는 해피엔딩을 이뤄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선제적인 대응과 천혜의 입지조건 그리고 최고의 주민 수용성까지 모든 것이 더해져 소중한 결실을 거뒀다. 무덥고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치활동과 관련된 행사 때면 어김없이 참여하는 군민들의 노력과 고생이 양수발전소 건립으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발전소 건립에 따른 150여 명의 정규 일자리 창출과 936억 원의 각종 지역발전 지원금이 우리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할 것이다. 순수 1조 6천억 원 규모의 건설비 투입은 지역 중장비, 숙박시설, 식당 등의 우선 이용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며 매년 14억 원의 지방 세수도 확보하여 지역 살림살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양수발전소 유치로 영양군은 미래를 향한 도약을 다시금 준비하고 있다. 유치 확정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조기에 양수발전소를 건립해 지역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준비로 한수원과 협업을 통해 당초 일정보다 2년을 앞당겨 조기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신년 사자성어는 ‘휴수동행(携手同行)’으로 정했다. 그간 유치 과정 중 겪었던 모든 경험과 특히 우리가 보여준 화합은 인구소멸위기에서 벗어날 미래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며 올 한 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손을 맞잡고 함께 간다면 영양군의 희망찬 내일에 좌절은 없을 것이다.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새로운 항해를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