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

의자는, 뿔을 가졌다

고집스런 두 개의 뿔을 가졌다

말뚝에 매어 있지 않은데도 말뚝에 매인 듯

그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른다. 누군가를 기다리듯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온종일 그 자리를 맴돈다

무거운 엉덩이에 짓눌리면서도 일생동안

무게의 하중荷重을 안간힘으로 버티면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 저 의자는-

 

때로는 비의 가시에 전신을 적시면서도

관절 마디마디 삐걱거림으로 목욕을 하면서도

 

고집스런 두 개의 뿔을 가진, 저 의자는-

위의 시에서 시인은 집 바깥에 놓여 비를 맞고 있는 의자로부터 인내와 의지를 포착하고 이를 ‘두 개의 뿔’로 이미지화 한다. 의자는 황소와 같은 ‘고집스런’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고집은 갖은 고난도 “안간힘으로 버티면서”,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시인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의자에서 삶의 어떤 숭고한 힘을 발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