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제3지대 창당이 한창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개혁신당’(가칭),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새로운미래’(가칭),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은 ‘신당미래대연합’(가칭)을 만든다고 한다. 빅텐트나 선거연대, 합당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도 나온다.

4월 10일이 총선이다. 석 달도 안 남았다. 선거를 앞두면 신당들이 우후죽순 나온다. 그러나 이번 신당들은 선거용 뜨내기 정당이라기엔 비중이 크다. 당대표를 하던 사람들이 쫓겨나다시피 해서 새 당을 만든다.

새 당이 파괴력은 있을까.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은 크다. 몇백 표만 쪼개도 당선자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과거 양김씨가 민한당(1980)에서 신민당(1985), 신민당에서 통일민주당(1987)을 만들어 기존 정당을 공중 분해한 사례와는 많이 다르다. 통일민주당에서 김대중 고문이 평화민주당(1987)을 만들어 분당한 것과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만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에게 일정한 지지 세력이 있지만, 뚜렷한 지역 기반은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특정 선거구에서 1등을 해야 선출된다. 소선거구제라서 그렇다. 비례대표 의원도 소수정당에 돌아갈 몫이 없다. 현행대로 준연동형에 위성정당이 등장하면 거대 정당이 독식한다. 그 이전의 병립형으로 돌아가도 큰 차이가 없다.

이낙연 전 총리도 호남 기반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과 갈라선 새천년민주당이 호남 기반이었다. 그러나 호남에서도 참패했다. 전남에서 5석, 비례대표 4석을 얻는 데그쳤다. 호남 유권자들은 전략적 투표에 익숙하다. 그나마 기대할 건 총선이 호남 안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발전하느냐다. 총선은 몰라도 차기 대선은 시간이 많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들도 나중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선거법이다. 선거법이 제3당의 설 자리를 결정한다. 선거법도 확정하지 않고,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공천기구도 출범했다. 앞뒤가 바뀌었다. 이런 중요한 규칙을 정리하지 않고 뭉개는 건 거대 정당의 횡포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지역 유효투표의 53.5%를 얻었는데 의석은 83.7%(41석)를 가져갔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41.9%를 얻었지만, 의석은 16.3%(8석)만 가져갔다. 경기도에서도 53.9%를 얻은 민주당이 51석(86.4%), 41.1%를 얻은 미래통합당이 7석(13.7%)을 가져갔다. 유권자의 뜻과 달리 더 이득을 보는 당과 손해를 보는 당이 생긴다. 소선거구제의 취약점이다.

연동형은 이런 점을 보완하고, 각 정당이 얻은 표에 비례해 국회도 구성하려는 제도다. 소선거구제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나머지 후보들에게 던진 표는 모두 사표(死票)다. 당선을 뒤집을 순 없지만, 비례대표 후보까지 몰아주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까지 다 먹어 치웠다. 재벌급 부자가 위장 이혼해서,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주장하며 극빈자에게 돌아갈 구호 물품까지 싹쓸이 해 간 꼴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하겠다. 피해를 본 정당들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넣은 연동형을 공약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이 대표는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은 손 놓고 있다.

지역구와 관계없이 정당투표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도 아니고, 지난 총선처럼 역비례를 가져올 위성정당을 강행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거대 양당의 ‘탐욕’이다. 정치를 어떻게 탐욕으로 하나. 정치인에게 ‘공정’은 입에 발린 말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내도 되는 건가. 우리 정치가 어디까지 추락하려는 건지 걱정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