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왜 해법을 찾나? 우리가 만들면 되지”

40여 년 전 미국 유학 시 미국학생으로부터 들은 이 한마디가 평생 가슴을 울리고 있다.

한국에서 온 “잘 훈련된 학생”들은 문제가 나오면 해법 찾기에 바쁜데, 해법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형 수재들에게 미국형 수재인 이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가 뼈아프게 가슴을 평생 울리고 있다.

미국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가 노벨과학상 수상자 한국대 미국 0대 300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 아닐까?

포스텍이 작년에 이어 세계 최대의 가전·IT박람회인 ‘CES 2024’에 3학년 재학생 전원을 보냈다고 한다. 앞으로 이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했고 학교가 비용을 부담하여 한 학년의 재학생 전원을 CES에 보내는 것은 포스텍이 국내 대학 중 유일하다고 한다. 포스텍은 올해부터 창의력 배양을 위하여 학생들의 해외 파견을 확대한다고 한다. 학생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와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주간(Nobel Week)’ 중 하나를 선택하면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학교가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보낸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미국 유학 중 학문 자체를 배운 것도 있지만 학문을 하는 자세를 배운 것이 더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직접 가서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에 언급한 미국학생의 발언은 직접 듣기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다.

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물론 한국의 근대 과학 연구 역사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보다 짧다.

그러나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필자는 출중한 창의력으로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가 된 한국인들을 분석해 봤다. 과연 한국인의 창의력이 왜 한국의 입시와 교육제도와 관계가 있는가 생각해 보고 싶다.

미국의 명문대학에 있는 한국인 교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과연 한국에서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하고 소위 한국의 일류대학의 수석합격자가 유학 후 미국 명문대의 교수가 되는 것일까? 스탠퍼드의 한 한국교수는 한국에서 암기위주의 입시에서 최상위권 학생이라기보다는 매우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이는 미국유학에서 빛을 발했고, 로체스터대학에서 창의적인 탁월한 논문을 쓰게 되었고 인정을 받았다. 그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스탠퍼드의 종신직 교수가 되었다.

최고의 공과대학 MIT 대학의 한 한국교수도 역시 한국에서 최상위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창의력은 스탠퍼드 박사과정 학생 시 만든 스티키봇이 타임즈 최대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였고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결국 MIT같은 초일류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한국에서 아마 이 두 분이 대학 입시에서 탁월했다면 이러한 창의적인 활동과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창의력은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교육이 이뤄졌다면 국내에서도 여러 명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방식의 문제야.”

50년 전 전국 대입예비고사 수석을 한 교수가 필자에게 전해준 이 한마디는 한국교육의 현재를 투명하고 있다.

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가 던진 독백과 같은 이 한마디가 내내 뇌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수십조의 연구비를 나누어 주고 있지만 한국이 노벨상을 타는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 질문에 그교수의 독백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 주고 있다. “불가능에 가깝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졸업생의 동상을 앉히겠다고 포스텍에는 빈 좌대가 있다. 포스텍을 설립한 지 올해 38년이다. 이제 반세기를 향하여 가고 있다. 원래 계획은 설립 30년쯤 좌대가 채워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좌대는 비어 있다. 과연 초·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으로 길러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면 노벨상을 받게 할 수 있을까? 대학의 창의력 교육이나 연구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포스텍의 이번 계획은 훌륭하다. 이러한 정책에 큰 환영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걸음 더나아가 포스텍은 좀더 창의적 차원에서 국제화 되어야 한다. 홍콩과기대나 난양공대처럼 외국인 교수들을 좀더 과감하게 채용하여 환경자체를 국제화 시켜야 한다. 연봉이 경쟁력이 있다면 창의력이 높은 외국인 교수들을 초빙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이중언어 캠퍼스(Bi-lingual Campus)를 선언한 포스텍이 과연 국제화에 충실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는 야심차게 출발 했지만 과연 지금 당시의 정신이 구현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중앙언론이 포스텍의 국제화를 혹독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잘못된 데이터도 있었으나, 상당한 부분은 일리가 있는 비판이었다. 포스텍 국제화는 좀더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번 CES와 노벨주간 학생 파견 정책의 포스텍의 실험이 성공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포스텍의 국제수준의 국제화의 첫걸음이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