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고교장·의사·시장상인 등
포항 곳곳 누비며 담은 피사체
얼굴 뒤에 숨어있는 얘기 전달

포항시 북구 죽도로19에 자리한 갤러리 포항에선 좀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포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도협(53·사진) 사진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POHANG : In the 1990’s’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이 작가가 살아온 삶의 기록이자, 어떤 의미에선 아날로그 예찬이다. 전시 공간은 흑백 사진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도협 사진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가를 꿈꿨다. 부친인 포항 향토 사진작가 이기원(84) 씨가 운영하던 사진관에서 아버지의 작업과 활동을 보며 자란 작가는 어릴 적부터 특별한 재능을 나타냈고, 젊은 이도협은 경일대 사진영상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이 작가는 포항에 정착해 사진작가로의 삶을 준비했다. 천주교 신자인 작가는 부친 이기원씨에 이어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행사 사진 촬영도 맡았다. 그때부터 그의 독특한 사진 철학은 시작됐다.
 

 

‘POHANG: In the 1990’s’전 출품작품들.
‘POHANG: In the 1990’s’전 출품작품들.

그의 작품엔 그만의 특별한 시선이 있다. 작가의 은사이자 포항의 참교육자로 불리는 퇴직 고교장,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치과 의사, 이마에 주름 가득한 시장 상인, 한 미소 머금은 구둣방 수선공…. 다양한 피사체는 포항 곳곳을 누비며 촬영한 인물들이다. 멀리서 찍는 게 아니라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며 얼굴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이번 전시장에 걸린 흑백 인물 사진 24점을 보고 있노라면 저마다의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한 모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선 흑백이 효과적이죠. 사람의 마음, 생각을 읽어낼 땐 흑백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용이하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들만의 얼굴선과 질감, 감정이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그들과 정신적 교감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할까요.”
 

이 작가는 아버지 이기원씨의 얼굴을 전시장 맨 앞자리에 배치했다. 사진작가였던 부친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본인의 삶도 반추했을 터다.
 

‘POHANG: In the 1990’s’전 포스터.
‘POHANG: In the 1990’s’전 포스터.

작품에는 34년 오롯이 한 길을 걸어온 작가의 삶이 잔잔히 녹아있다. 여기에 더해 1990년 20대 젊은 이도협 작가의 날것 그대로의 열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번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운 포인트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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