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총선 90여 일을 앞둔 이 시점에서 총선결과를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아직 여야는 선거구도 확정하지 않았고 비례대표 선거 방식도 합의되지 못했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한 대결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강서 보권선거의 집권 여당의 참패는 집권 여당의 당대표 교체로 이어졌다. 야당의 어느 원로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200석을 얻을 것으로 낙관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누가 승리할까. 일반적으로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데는 선거의 구도, 인물, 정책이라는 3개 변수를 활용한다. 그중 선거의 대결구도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변수이다. 여기에 더하여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라는 인물 변수, 나아가 정치적 이슈나 공약 등 정책 변수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이다. 이런 3개의 변수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표심을 유도하고 그것이 후보의 당락으로 연결된다.

이번 4월 총선의 선거 구도부터 살펴보자. 현재의 소선거구제하에서 양자구도와 다자 대결 구도는 우선 검토해야 할 상항이다. 선거구별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하에서는 1등만 당선되고 많은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행 비례대표 47석은 이를 보충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래의 목표와 달리 수많은 위성 정당을 출현시켰다. 그 결과 거대 양당의 갈라 먹기 식 독점체제는 더욱 굳어져 버렸다. 위성 정당의 출현은 제3당의 의회 진출은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

대통령제와 소선거구 제하에서 신당의 약진에는 한계가 따른다. 여권의 금태섭·이준석, 야권의 이낙연 대표 등은 신당 창당을 선언하였다. 이들 제3 신당이 빅 텐트와 스몰 텐트를 통해 어느 정도 지지를 획득할지도 관심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나 사회당 등 진보 정당의 위상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3당의 세력 규합 여부가 이번 총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선거에서나 유능한 후보의 공천은 선거 승패를 좌우할 변수다. 그러나 지역적 정서가 선거판을 좌우하는 TK나 호남에서는 정당의 공천여부가 후보의 당락을 결정한다. 그렇지만 수도권과 충청권 선거에서는 아직 후보의 인물 변수가 선거 결과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전을 진두지휘하고, 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를 전망이 우세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참신성을 내세워 당 조직을 정비하고, 민주당은 친명 중심의 선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야는 공히 공천관리 위원장을 임명하고 후보 공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참신하고 유능한 후보의 공천을 통해 선거의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여야의 경쟁적인 인재의 영입은 기득권 세력의 물갈이와 연관되어 있다.

여당에서는 검찰 출신인사나 용산 대통령실이나 행정부출신 인사의 공천 여부, 야당에서는 비리 연루 의원이나 기득권 세력의 교체 문제가 유권자의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선거의 공약이나 정치적 이슈 등 정책변수도 선거의 중요 변수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째 총선에서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집권 여당은 ‘국정안정론’을 기본 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주가조작 특검법과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그 연장선상에서 제기된 선거 쟁점이다.

대통령의 30%대의 낮은 지지율이나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야 공히 선거 시의 불리한 쟁점이다. 이재명 당대표의 피격 사건은 극단적 대결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한국사회의 인구 절벽,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기는 어렵다. 절박한 민생문제와 정치개혁 과제도 선거과정에서 여야의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도 집권 여당은 포퓰리즘적 공약을 남발할 것이고, 야권의 대정부 비판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출 것인가.

여야의 공천 일정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특검 거부 재의결 문제로 또다시 격돌할 조짐이다. 선거판이 과열될수록 여야의 마타도어나 네거티브 공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와중에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선거판을 크게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승리를 위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독자 노선 선언,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전격사임, 선거 전야의 음모론적 마타도어, 제 3 신당의 선거 연대의 합의, 휴전선 상의 남북 무력 충돌 등 돌발변수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러한 돌발사건은 수습할 겨를도 없이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

현재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일방의 압도적 승리는 예상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선거에 압승하여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여 검찰 독재국가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 진행 과정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