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2024년 새해가 시작됐다. 갑진년(甲辰年)-‘청룡의 해’이다. 예쁜 연하장에 간단한 덕담을 써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우편으로 보내곤 했지만, 요즈음은 휴대폰 앱으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연말부터 날아오는 새해 인사에 고마운 얼굴들을 그려보며 1년을 시작한다.‘올해는 용띠의 해, 청룡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고 복된 가정을 이루길 바랍니다.’고 써 보냈다.

사실 ‘용의 띠’ 해는 양력 1월 1일부터가 아니고 입춘, 그러니까 40여 일 후인 2월 4일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 ‘무슨 띠냐?’고 따지니까 청룡의 기운으로 새해를 시작하자.

용은 순우리말로 ‘미르’. 12간지(干支) 동물 중에서 권위와 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며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물을 다스린다. 또 용감하고 활력이 넘치는 추진력으로 행운과 번영을 이끈다. 그래서 용띠 해에 태어나면 투지와 결단력을 갖추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고 본다.

용은 뱀의 긴 몸통에 돼지의 코, 사슴의 뿔, 토끼의 눈, 매의 발, 잉어의 비늘 등 뭍짐승 날짐승 물짐승 모두의 특성을 갖고 크기를 마음대로 변화시키며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 번개도 몰고 다니는 그야말로 사신(四神) 중의 하나이니, 옛 고분 벽화에도 많이 그려져 있다. 또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顏), 옷을 곤룡포(袞龍袍)라고도 한다.

청룡이란 이름도 많이 쓰인다. 고교야구 청룡기대회, 청룡영화제도 있고 1965년 창설된 해병 제2여단 청룡부대는 베트남에 참전하여 빛나는 전공으로 무적 해병의 신화를 썼었다. 지형 곳곳에도 용의 이름을 붙인다. 계곡의 늪-용소, 고즈넉한 못-용연 그리고 깊은 우물-용정도 있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포의 전설을 되새기며 호미곶을 돌아오면 구룡소 돌개구멍에서는 파도가 밀려올 때면 하얀 물줄기가 솟는 용트림도 볼 수 있다.

용띠 해를 맞아 달라지는 정책과 제도가 많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출산과 교육·복지 문제일 것이다. 결혼·출산 시 3억원까지 증여 공제를 해주고 부동산은 ‘청년주택 드림’과 신생아 특례를 준다. 최저 임금도 지난해의 2.5% 인상된 시간당 9천860원이 되고, 군 장병 봉급 및 수당도 인상하고 대중교통 할인인 K-pass를 도입한단다. 교육·복지 분야에는 늘봄학교의 전국 도입과 ‘6+6 부모육아휴직제’도 펼치고 환경 및 농수산 분야에서도 각종의 개선을 약속하고 있으니 국민 모두가 ‘용꿈’을 꾸어보자.

해가 바뀌어 미국발 금리인하와 대선으로 세계 경기는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 정세는 밝지 않다. 미-중 반도체 싸움, 소련-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도 걸림돌이다. 국내 문제도 짚어보면 지난해는 견토지쟁(犬免之爭)으로 아무 득도 없는 싸움질만 했고, 100여 일 남은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이 일어나 앞으로 피 튀기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 걱정되지만, 올바르고 참신한 인물을 뽑아 ‘개천에서 용 나듯’ 등용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청룡의 해에 푸른빛 동해로 흘러드는 형산강에서 마음속으로나마 용왕제를 올리며 뜻하는바 모두를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