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자

한끼에 이백원 받던 밥집

한그릇 먹든 두그릇 퍼 가든 똑같이 이백원

세그릇째인 사람은 있어도 한그릇만 퍼 가는 사람은 없던,

공짜 밥은 마음 다치게 한다고 따박따박 밥값 요구하던 곳

백원짜리 동전 두개 손바닥 가운데 올리고

자랑스레 내밀던 손들이 줄을 잇던,

(….)

들통에서 솟아나는 뿌연 김 따라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홈리스 슬리핑백이 쌓여 있던,

예수라는 사나이보다 일찍 떠난 혜성이와 함께

일주일에 한번 밥 나르러 가던 스물한살

사장은 없고 젊은 가톨릭 수사들이 드나들던 곳

빌딩 숨 사이 언뜻 얼비치는 용산역 뒤

지금은 흔적도 없는 시장 골목 (부분)

삶의 아름다움이 발현되는 장소는 대로 위의 큰 빌딩이 아니라 허름한 뒷골목이다. “용산역 뒤” ‘시장 골목’에 있던 ‘이백원 밥집’이 그런 곳. 그것은 예수의 삶처럼, 가난하고 힘든 이들과 함께 하는 삶에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저 밥집엔 가난한 이들의 마음까지 배려하며 ‘이백원’이면 ‘한그릇’이든 ‘두그릇’이든 원 없이 먹을 수 있게 한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던 것, 하나 그곳은 현재 “흔적도 없”어졌다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