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희

현관과 현관을 건너도 방이 나오지 않았다

강철 같은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렸다

- 이 금액대로 집 구하기 힘듭니다

(중략)

은행나무에서 조롱하듯 은행이 구린내를 흩뿌렸다

여기서 엎어져도 은행의 문턱은 높다

미래가 일찍 늙어간다

투명 의자에 앉은 거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

부동산 문을 연다

깊고 깊은 악몽 속으로

내가 쏟아져 들어간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위의 시의 화자도 집값 또는 전세값이 올라 집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부동산 문을 들어갈 때 이들은 “강철 같은 마음을” 남몰래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려야 한다. 하나 절망적인 대답이 날아오고, 은행나무처럼 “구린내를 흩뿌리는” “은행의 문턱은 높”을 뿐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깊고 깊은 악몽”과 같은 현실. 이 현실에서 미래의 삶을 찾기 힘들다. “일찍 늙어”가는 미래이니.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