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희생 자세 보여라” 압박
불출마·험지출마 호응 없자 일각에선 혁신위 조기해산 예상
인요한 “날 공관위원장으로”요구에 김기현 대표 단칼에 거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30일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총선에서 희생해 불출마 또는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안건을 공식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특히 혁신안을 관철할 수 있도록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단칼에 거절했고, 지도부·중진·친윤 의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역시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조기 해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 혁신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3일 희생을 주제로 권고 사안으로 제시했던 안건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고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해주기를 요청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공식 안건으로 채택,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구체적으로 “지금까지는 국민이 희생했지만, 이제는 국민의힘이 희생을 보답할 때”라며 “혁신 조치의 진정성 담보를 위해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 희생의 자세를 보일 것을 재차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안건은 12월 4일 또는 7일 최고위원회에 상정을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혁신위는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세비 삭감, 현역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등 ‘2호 혁신안’을 의결하면서 이 같은 희생 요구를 인 위원장이 ‘구두 권고’ 형태로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직 추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나부터 먼저 희생하며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 이번 총선에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혁신위의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일반적 답변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혁신위에서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를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달 4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요구한 공관위원장 추천에 우려를 표하며 거절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로 혁신위 활동을 했다고 생각 안 한다”며 “국회 상황이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로 논란을 벌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조기 해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혁신위의 의결 사항에 대한 응답이 없을 경우 4일 혁신위를 해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이 4일까지라고 시한을 말했다”며 “당의 답변을 듣고 난 이후에 혁신위 내부에서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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