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 첫 번째 소설집 ‘나미가 오지 않는 저녁’ 발간
불교신문 신춘문예 수상작 등
‘불안과 고독’ 모티브 9편 엮어
“꾸준히 작품 쓸 수 있었던 건
긴 습작의 나날 덕분이었죠”

김영의 단편소설 ‘아르바이트’에서 주인공 나는 전직 외교관이었던 노인의 간병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노인은 나에게 고맙다며 마지막 날 골드 바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그날이 다가왔지만, 노인은 심한 복통이 오고 나는 구급대를 부르고 서랍을 뒤진다….

또 다른 단편 ‘사과’에서 사과는 문화센터 강사이지만 우유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피곤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소원하던 밤하늘 별들을 보기 위해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남편은 속엣말을 쏟아낸다….

소설가 김영의 첫 번째 소설집 ‘나미가 오지 않는 저녁’(도서출판 BMK 간·사진)이 나왔다. 202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수상작인 ‘나미가 오지 않는 저녁’을 비롯해 동시대인들의 ‘불안과 고독’에 관해 고민하며 쓴 9편의 이야기를 엮었다.

작가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청년 세대의 현실, 임박한 죽음 앞에 지나간 시간을 곱씹으며 절대고독을 경험하는 노인 등 우리의 주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다른 연령대의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실패와 고통 등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갈등의 이야기들은 계급, 지역, 세대, 젠더를 넘나들며 다양한 감상을 부른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일들에는 기러기 아빠의 애환, 간병하러 오는 소녀를 기다리는 노인, 다가구주택에 사는 MZ 세대의 비애 문제 등 현실 속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녹아있다.

소설가 김영
소설가 김영

단편집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하는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가난하고 어리거나 늙고 병들었기 때문에 또는 최소한의 사회적 자본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춥고 외진 모퉁이로 밀려난 약자들”이라며 “작가의 시선은 시종 그들 곁에 머문다. 그 진심 어린 목소리에 오랫동안 귀 기울이고 싶다”고 평했다.

김영 작가는 “나에게 시와 소설은 삶의 고단한 모습들을 감추어주기도 하고 때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펼쳐 보이며 희열을 느끼게도 해 주었다”며 “꾸준히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건 긴 습작의 나날 덕분”이라고 했다.

김영 작가는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한동안 시를 썼고 평사리문학대상, 천강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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