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

어쩌다 풍랑이란 말 곁에 놀다

풍랑이 풍란으로 그윽해질 때 있어

내 마음이 그렇다

네 눈빛이 그렇다

풍랑의 성깔머리가

풍란 꽃처럼 퐁퐁 터지며

향유고래의 눈빛으로

그렁해질 때가 있다

내 번민이 그렇다

네 눈총이 그러하다

말이란 참 신기할 때가 있다. ‘풍랑’과 ‘풍란’은 성격이 다른 대상을 지칭하지만, 발음이 비슷해서 유종인 시인처럼 서로 유추해보게 되는 것, 그러자 시의 세계가 펼쳐진다. 풍랑은 “풍란으로 그윽”해지고, 풍랑 성깔머리를 닮은 풍란 꽃은 “향유고래의 눈빛으로/그렁해”진다. 나아가 풍란과 풍랑의 관계는 너와 나의 관계로 유추된다. 네 눈빛으로 내 마음은 그윽해지고, 네 그렁해지는 눈총은 내 번민과 닮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