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사면·광주 방문 등 행보
수도권·중도층 끌어안기 해석
영남 세대교체·중진차출론 등은
TK반발·비협조로 쉽지 않을 듯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당 쇄신책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첫번째 키워드는 ‘통합’이다. 비주류를 끌어안고 호남 민심을 아우르는 서진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혁신위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1호 안건으로 정하고 외부 일정으로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위는 지난 27일 첫 회의에서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등의 사면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당내 갈등의 한 축이었던 이 전 대표 등 비주류 끌어안기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도 혁신위의 사면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징계 해제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혁신위의 비주류 대사면 제안, 광주 방문 등의 행보에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과 청년, 중도층에 한발짝 더 다가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두번째 키워드는 ‘변화’다. 인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거기에 스타가 있으면 험지에 한 번 와서 힘든 걸 도와줘야 한다. 이제는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지도부 험지 출마에 대해선 “좋은 아이디어”라며 “영남쪽에서 상당히 쉽게 당선되니까 세대교체도 좀 하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부 인터뷰에서는 대구 수성갑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의원과 김기현 대표도 스타라는 점을 거론하며 “위원장이 ‘당신 어디 출마하시오’하는 건 월권이지만 회의에서 혁신위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그건 전달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대구·경북(TK) 등 보수 텃밭에는 정치 신인을 배치하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의미다.

다만 당내 반발과 비협조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사면 제안 발표 이후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했고, 홍 시장은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고 반발했다.

특히 중진 차출론은 여러 부작용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당장 TK만 봐도 그렇다. 19대부터 21대 총선까지 TK물갈이가 거세지면서 TK정치권의 영향력이 약화됐다. TK정치권이 중앙정치권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손쉽게 당선됐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선거 때만 되면 제기되는 물갈이론으로 인해 중앙정치권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선 의원들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소속 의원 가운데 TK지역 3선 이상은 3명에 불과한 반면, 부산·경남 13명·충청은 6명에 이른다는 점을 거론하며 중진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영남 중진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출마를 부추겼으나 오히려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과 인지도가 떨어진다면 당내 공천 갈등만 일으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 위원장이 ‘쓴약’을 처방했지만, 지도부가 복용을 거부한다면 혁신안은 빈 껍데기로 남을 수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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