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

파이프 구멍을 본다 나는 구멍이다 너도 구멍이다

모든 것이 뚫린 허공이다

구멍을 채우려 날마다 가방을 싼다

책을 들고 신발을 찾다

구멍을 메우기 위해 나무를 본다

누워 숲 사이로 하늘을 본다

구멍은 기회다

구멍을 향해 들어가기 위해 각을 잡는다

(중략)

누가 없어도 거미줄을 쳐 놓아야 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구멍 밑으로 흙을 밀어 넣는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늘도 실을 뽑는다

우리 시대는 “모든 것이 뚫린 허공”에서처럼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든 시대 아닌가. 시인은 이 허공에서 어떤 의미를 붙잡으려 하는 이다. 하여 그는 하늘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나무를” 보며 나무와 나무 사이의 허공에 거미줄을 치는 것이다. 구멍에서 어떤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 어떤 기회인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랑”이 도래할 기회. 그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말의 “실을 뽑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