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시인 최라라
생활의 변화 속 산문집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 발간
“문학의 끈 놓지 않은 4년의 결과물… 내 일상의 사유 진솔하게 담아”
“해야 하는 일과 하고픈 일 차이 ‘어마어마’… 시인으로 있을때 행복”

“이 글들은 ‘돌봄’이라는 말에서 출발 되었다. 치료나 간호라는 말보다 나는 돌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모래 한 알의 크기로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이 된다면 내가 글을 쓰는 보람이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썼다. 사소한 일상에서 끌어올린 사유들이므로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고개 끄덕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몇 년 전 첫 시집을 냈던 최라라 시인이 산문집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도서출판 득수)을 냈다. 소소한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끌어와 사유를 유도하는 글이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최라라 시인은 현재 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본명 최영미)로 재직 중이며 이번 산문집에는 문학과 간호학이 조화롭게 접목돼 있다.

최라라 시인은 2011 ‘시인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가 있다.

최 시인을 지난 9일 만나 이번 산문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인으로서 산문집을 냈다. 2017년 첫 시집이 출간되었으니 두 번째 시집이 나와야 하는데 산문집이 나왔다.

△첫 시집을 낸 즈음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문예창작학과에서 하던 강의가 간호학과 강의로 바뀌고 그러면서 글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름 조바심도 생기고 안절부절못하고 지내는 날들이 많았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문학 쪽의 끈을 놓아버릴 것 같은 초조함 때문에 신문에 산문 연재를 시작했다. 시는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말을 줄이는 과정들에서 산문과는 다른 밀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문은 내 일상에서 오는 사유를 진솔하게 옮겨놓는 것이라서 마음이 조금 편했다. 그리고 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들어서 4년여를 연재했고 이번 산문집은 그 결과물이다.

-제목이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인데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이 글은 ‘긍정적인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느 날부턴가 친구들의 부고가 날아오기 시작했고 어쩌다 친구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아픈 것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결론은 소위 스트레스라는 것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내가 쓰는 방법을 이야기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그것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이 독자도 그런 사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글이다. 산문을 연재할 때의 타이틀이 ‘돌봄의 인문학’이었다.

-산문 중 특별한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

△‘스승의 은혜’라는 글인데…. 나는 내 마음에 스승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마음의 스승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다르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게는 자랑할 만한 스승이 계시고 나는 그분으로 인하여 지금의 나날을 영위하고 있고 그 에너지를 나의 후학들에게도 나누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스승이 현존하든 아니든 가령 신이라 하더라도 제 마음에 스승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막연한 미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밝혀주는 등불을 보고 따라가므로 안전한 미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삽화가 추상적이면서도 입체적이라 독특하던데?

△삽화는 내 딸이 그린 것이다. 한국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데 이번 산문을 내면서 콜라보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콘셉트를 잡느라고 오래 고민하다가 그린 그림이다. 나는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는데 본인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표지도 다른 그림으로 하고 싶어 했는데…. 내가 그 의도를 살리지 못했다. 나는 글보다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고 딸은 글이 좋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1호정도 크기의 그림인데 출판사에서 경매에 부치겠다고 했다.

-시인으로서 간호학과 교수로 있다. 간호학도들에게 인문학을 전달하기도 하는가?

△간호 학생들에게도 인문학은 무척 필요한 과목이다. 필수 교과목으로 학점을 취득해야 하는 과목도 있어서 문학을 공부한 나는 스스로 최적화된 간호학과 교수라고 자부해 보곤 한다. 간호학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학문인데 그것은 육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어떤 환자가 인터뷰에서 ‘간호사는 자신의 신’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의미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인이므로 언제나 시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글이 있으니 계획대로만 된다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마무리하여 시집을 내고 싶다. 마침 다음 학기부터는 인문학 강의를 주로 할 것이라서 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나는 진심으로 시인 최라라로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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