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여자들은 저마다의 몸 속에 하나씩의 무덤을 갖고 있다.

죽음과 탄생이 땀 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

굳어진 죽은 바다처럼 여자들은 누워 있다.

새들의 고향은 거기.

모래바람 부는 여자들의 내부엔

새들이 최초의 알을 까고 나온 난생의 껍질과

죽음의 잔해가 탄피처럼 가득 쌓여 있다.

모든 것들이 태어나고 또 죽기 위해선

그 폐허의 사원과 굳어진 죽은 바다를 거쳐야만 한다.

여성들이 많은 공감을 할 시이겠지만, 남성도 여성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하리라. 시인은 ‘여자들’의 몸을 무덤과 폐허, 죽은 바다로 비유한다. 하지만 생명이 탄생하는 곳 역시 여자들의 몸이다. “새들이 최초의 알을 까고 나온” 곳이 그곳이기에. 그래서 여자들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이-새-들의 고향이다. 하지만 그 고향은 지금은 파괴된 곳, “죽음의 잔해가” “가득 쌓여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