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백색의 화가’로 평가받는 김인중 신부(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와 서울 낙원동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북한산 심곡암 주지 ‘꽃의 시인’ 원경 스님이 함께 시화집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파람북)을 펴냈다.

김인중 신부는 원경 스님의 시 세계에 깊이 공감했고 원경 스님은 김인중 신부의 구도자적 삶에 존경과 섬김으로 그림 곁에서 마음의 시를 썼다.

김인중 신부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일찍이 국전과 민전을 휩쓸었으나 돌연 유럽으로 건너가 사제의 길을 걸었으며, 유럽에서는 사제였음에도 화가로서 이름이 알려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표적인 고딕 양식 건축물인 프랑스의 샤르트르 대성당을 비롯해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된 성당과 일반 건물은 전 세계 45곳에 이른다. 프랑스혁명 이후 어떠한 전시회도 열리지 않았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품을 거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책에 수록하고 있는 원경 스님의 시편들은 대부분 김인중 신부의 작품을 대하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영감을 포착해 쓴 것들이다. 팔순이 넘도록 고독과 고난의 수행을 이어온 수행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화장세계(華藏世界)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이기에 종교의 구분 따위는 한갓 실오라기에 지나지 않는다.

“신록이 담긴 화폭 속에서/ 기도하는 소망의 꿈이 푸르러/ 삶의 의욕과 열정을 안겨주기에//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어라”(‘푸른 꿈’ 부분)

김인중 신부는 원경 스님의 시에 대해 “경직된 남성들 사회에서 꽃이 화두에 오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으니 스님은 ‘꽃의 대부’라고 생각하며, 그것만으로도 단순하고 깊은 시봉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김인중 신부는 이 책의 출간에 대해 “스님의 시와 본인의 그림은 ‘아름다움’ 하나에 뜻을 함께하였으니 종교 간에 초탈의 세계를 통해 저세상의 아름다움을 미리 맛보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