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환동해위원회 위원

지난 연말 정년 은퇴를 하였기에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은퇴 생활을 즐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어가지 못하는 것을 알만한 나이인데도 마음 수양이 덜 된 탓인지 가끔 속에서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불편할 때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이야 그저 자기 욕심을 못 채운 미련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적 이득보다는 ‘대의’에 어긋나지 않고 충분한 ‘당위성’을 갖추고 있었던 사안이었기에 더욱 아쉽다.

벌써 만 6년이 되어간다. 포항 북구 흥해지역에서 일어났던 지진 말이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겪었던 지진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진 발생 이후 뉴스가 쏟아지고 또 포항시와 경상북도로부터 매일 피해 상황을 전달받는 동안 문득 든 생각이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지진에 대한 경제적인 피해를 계산해본 연구가 있나 하는 것이었다.

온갖 연구자료를 뒤져보아도 없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재산 피해액이라는 것도 실제 겪은 피해자들이 느끼는 금액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의 담당 부서는 명문화된 기준규정에 따라 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피해 기준을 매년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나 부동산가격 상승률을 적용하여 피해 발생에 앞서 보상이나 손해사정 기준을 개정해두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거의 반년에 걸쳐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의 정부에서 피해액을 계산하는 수식을 어렵게 입수하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지진피해의 영향이나 분석기법을 파헤쳐서 연구한 결과(포항지진의 경제적 영향 추계 및 정책적 시사점)를 발표(2018년 5월)하였었다.

나중에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에 보상(배상)액을 요구할 때 이 연구 결과가 최저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소식에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했던 점은 과거가 아닌 미래였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의 하나는 지진피해 지역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지진 체험 학습관을 건설하여 관광 상품화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북 안전체험관’의 발상은 분명 피해지역인 포항시 더 깊이 말하자면 북구 흥해읍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의 움직임과 올해 최종후보지 선정에 포항이 제외되었다는 소식에 기가 찼다. 이것은 후보지를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다.

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다. 답은 분명했다. 경제효과보다는 정치효과가 더 컸다는 이야기다. 지역의 모든 정책은 시정, 도정, 국정으로 연결된다. 시정이야 시장이 책임지지만 시의 영역을 벗어난 도정, 국정과 얽히면 정책은 연결고리인 국회의원 정도의 정치력이 중요해진다.

포항시가 제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려면 최소한 행정과 정치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한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지역의 정치력이 더이상 엇박자가 아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