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길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배성길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묻지마 폭행과 엽기적인 사건, 극단적 선택 등이 메인 뉴스를 차지한다. 가족이 함께 볼 때는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이럴 때 마다 우리는 묻곤 한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걸 해결하지 못할까?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인이라도 다시 나타나야 하는 걸까? 퇴계 선생이 다시 오신다면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나는 이곳 도산 계곡에 거주하면서 퇴계 선생의 발자취를 자주 찾아 다니고 있다. 도산면 소재지 퇴계태실이 있는 노송정 앞 개울을 바라보면서 퇴계 선생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본다. 노송정 주변 산기슭이나 오솔길을 다니면서 봄에는 쑥도 캐고, 가을에는 주인 없는 밤과 대추를 따먹으면서도 퇴계 선생의 흔적을 두리번거린다.

선생의 자취와 향기를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도산서원은 사무실에서 5분 거리에 있어 더 자주 간다. 도산서원 마당 앞에 서서는 하염없이 냇가와 건너편 들판을 쳐다보기도 했다. 조선의 수많은 선비들이 퇴계 선생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 그 선비들이 보이는 듯했다.

지금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됐지만 당시는 건너편 들판이 솔숲이었고 조선시대 정조 임금의 지시로 특별과거시험이 있었던 이곳에 1만 명이 모였고 영남선비 7천228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그 당시를 상상하면서 퇴계 선생의 흔적을 찾아 킁킁거리기도 했다.

선생은 매일 24시간 끊임없이 은밀한 곳이든 혼자 있는 곳이든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이든 항상 경계하며 엄숙을 지켰다.

진정한 인격수양과 학문완성을 통해 후세에 삶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흐트러짐이 없이 성인의 길을 가고자 노력했다. 다산 정약용은 ‘도산사숙록’에서 퇴계의 인간적 품격과 겸허한 인격에 무한한 존경심을 밝히기도 했다.

퇴계 선생은 상대가 누구든간에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남을 배려하고 섬기는 삶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선생은 ‘사무사(思無邪·간사한 생각을 품지 마라)’, ‘무자기(毋自欺·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무불경(毋不敬·항상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라)’, ‘신기독(愼其獨·혼자 있을 때도 행동을 바로 하라)’ 등 네 가지 좌우명을 해서체의 친필로 써서 벽에 걸어두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공자 이후 성인은 퇴계가 유일하다는 평가도 있으니 우리는 퇴계 선생을 따라 성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답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한국국학진흥원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11월 12일까지 주말에는 도산서원에서, 평일에는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서 퇴계 선생의 좌우명 목판인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가을 여행철이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해서 퇴계 선생의 좌우명을 직접 인출하여 마음에 담았으면 하고 바란다. 액자에 넣어 잘 보이는 데 걸어 두면서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