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나는 벼랑 끝에 엎드려

구름 흐르는 대로

장전항에서 온정리로 들어온다.

풀 매는 할배와 이불 너는 아낙과

뵈지 않을 때까지 흔드는

아이들의 웃는 손에 이끌려

군사분계선을 막 벗어 나온다.

비로봉에서 지리산으로

백두대간 줄기차게 뻗어 내려간다.

오, 지리산에 살다 죽어도

백두산에 살다 죽는 한 핏줄이여

벼랑 끝에 있는 시인은 구름을 타고 “장전항에서 온정리로 들어”올 때의 장면을 기억한다. 평화로운 사람들. “뵈지 않을 때까지 흔드는/아이들의 웃는 손”은 시인을 ‘절벽-군사분계선’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끈다. 그러자 “줄기차게 뻗어 내려”가는 백두대간이 구름 위에 있는 시인의 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은 그 아래 옹기종기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같은 곳에서 “살다 죽는 한 핏줄”임을 선연히 드러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