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

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
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

배고픈 오후,
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

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
좇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

새의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동자. 새는 그 발가락으로 햇살 한 줌만을 움켜쥐고 있다. 새가 가진 것은 그 햇살 한 줌이 전부다. 그렇게 가난한 새는 “나뭇가지에 얹혀” 나무의 눈썹이 되어준다. 그 새가 있음으로써 나무는 자신의 얼굴을 완성하는 것. 가난한 새가 날아가자 하늘은 “가난하여 맑아”지고, 그 허공을 가르는 새의 자취가 메아리 되어 시인의 눈동자 속에 맑게 번져나간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