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달

무(無) 밭인 창공을 향해

한 뼘만큼의 설움을

바닥을 치고 오른 가지처럼 내민다

영혼이 누워도

안간힘으로 버티는

육신의 굴레에서 움트는 지독한 사랑

아무도 모를

잔상殘像이 겨울로 고스란히 남아

감히 나는 울음 우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슬픔의 글자들이

강물 위에 비로소 역할을 내려놓는다

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은 영혼이 아니라 육신에 존재하는 것인지 모른다. “영혼이 누워도” 사랑은 “육신의 굴레에서 움트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굴레가 있기 때문에 절절하고 지독한 것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언젠가 실패하며, “아무도 모를/잔상(殘像)”으로 우리의 육신 안에 숨어든다. 하여 우리는 사랑을 사랑하는 것 아니겠는가. 설움의 손을 저 무(無)의 밭인 하늘에 내밀면서까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