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중략) 그 강물이 끝나는 곳에/ 인고의 세월 실개천이 흐르고/ 서럽게 서럽게 흐르고/ 그 실개천이 끝나는 곳에/ 다시 밤으로 흐르는 바다가 있고/ 그 바다가 끝나는 곳에/ 지난겨울 약간의 가을을 이고/ 건넛마을 죽도로 시집을 간/ 내 사랑하는 누이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가 있고/ 그 젖꼭지에 달겨붙어 악을 쓰는/ 어린것의 울음소리가 있고/ 그 울음소리가 끝나는 곳에/ 그 울음소리가 끝나는 곳에/ 텅 빈 그물을 한숨으로 채우는/ 어부의 달이 있고/ 빈사의 달이 있고

폐수로 오염된 강물의 끝에서 “인고의 세월 실개천”이 서럽게 흐르기 시작하고, 이 실개천 끝에서 “밤으로 흐르는 바다”가 펼쳐지고, 그 바다 끝에는 ‘죽도’가 있다. 이곳에는, 젖 달라고 악을 쓰는 ‘어린 것’이 누이의 젖꼭지에 매달려 울고 있고, 이 울음소리 끝에 “텅 빈 그물을 한숨으로 채우는/어부의”, “빈사의 달”이 매달려 있다. ‘기적 소리’ 끝에서 시작한 끝의 연쇄 끝에 다다른 것은 텅 빈 삶, 죽음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