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아르민 팔크 지음·인문

사람을 구하기 위해 15만원을 포기할 수 있는가? 아마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 대학생들에게 돈을 가질 것인지, 기부해서 사람을 살릴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자 57%만이 기부를 선택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꽤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 왜? 그저 귀찮아서? 변하는 것이 없으니까? 사람은 원래 답이 없는 존재이니까?

독일 본(Bonn)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이자 독일 최고의 행동경제학자로 꼽히는 아르민 팔크는 자신의 저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김영사)에서 우리 마음과 행동의 모순이 생겨나는 이유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면서도 마트에서는 가장 싼 달걀을 집어 든다. 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착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6가지로 정리한다. 행동경제학의 렌즈로 바라본 인간 본성의 비밀이 밝혀진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좋은 일을 해야 할까? - 비용이 우리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선한 일을 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이 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의 대학생들에게 100유로(약 15만원)를 받을 것인지, 기부해서 사람을 구할 것인지 물은 결과 절반 조금 넘는 학생들만이 기부를 택했다. 250유로까지 돈을 올리자 이 비율은 29%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면 착하게 보이지 않나? - 인정 욕구가 어떻게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강한 나머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상황이 오면 종종 ‘회피 전략’을 사용한다. 못 본 척 지나친 뒤 몰랐다고 하는 식이다.‘도덕적 회계’도 흔하다. 쉬운 작은 선행으로 나쁜 행동을 만회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한다고 행복해질까? - 감정은 우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다. 선 밖의 사람에게는 베풀지 않고, 행복하면 더 베푼다. 그렇다면 선한 행동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팔크 교수의 실험 결과,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350유로를 쓸지, 목숨을 구하지 않고 100유로를 가질지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사람을 살린 사람이 행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했다고 한다. 우리가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지 않을까? - 다른 사람의 태도가 나의 태도를 결정한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호혜주의는 인간의 기본 행동 원리다. 상대방의 비용, 신뢰, 태도가 나의 비용, 신뢰, 태도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휼렛패커드의 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는 제너럴일렉트릭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가 창고를 엄중히 지켰더니,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도둑질”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휼렛패커드를 시작할 당시 부품 창고를 항상 열어놓았다. 신뢰를 얻은 직원들은 도둑질하는 대신 부품을 자유롭게 가져가서 연구했고, 이는 더 큰 성과로 이어졌다.

△굳이 내가 옳은 일을 해야 하나? - 책임이 분산될수록 도덕성은 희박해진다

총살 명령은 항상 여러 명이 집행한다. 누구도 상대의 죽음에 온전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에 더 쉽게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팔크 교수는 이를 ‘중심축’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는 상황일수록 도덕적 행동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어차피 ‘좋은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 - 물려받은 성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더 선하게 행동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이타주의 성향은 몇만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예를 들어, 가축 사육을 주로 하던 민족의 후예들은 농경 민족의 후예들에 비해 오늘날까지도 싸움과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저자는 후천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10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 어릴 때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쭉 더 친사회적인 경향을 보였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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