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룡

장성 갈재 넘어

고향 산천 찾아갈 땐

지순한 어린 양 시늉을 하고

장성 갈재 넘어

고향 산천을 되돌아올 때는

풀죽은 속죄양의 표정이 된다. (부분)

시인에게 고향은 순수한 곳이다. 고향은 ‘지순한 어린 양’으로 살았던 곳이어서, 도시 생활에서 마음이 더럽혀진 그가 마음을 씻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고향에서 다시 살지는 못하기에 지순한 어린 양 ‘시늉’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고향에서 살지 않는 한 순수한 삶을 살 수 없기에, 고향 밖을 나가면 다시 죄를 지으며 살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고향 산으로 되돌아올 때는” “속죄양의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