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자

맞는 것은 곧 막는 것 어쩌면 먹는 것

밤새 비를 마신 입간판들 자세처럼

삶이란

더 먹고살자고

치욕마저

삼키는 것

지나치는 발길쯤은 일쑤 받고 일쑤 차듯

치는 비야 뭐라든 졸다 깨다 받아내다

날 새면

어서오세요

젖은 몸을

되세우듯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맞을 때가 있다. 가령, ‘치욕’ 같은 것. 자존심 없는 사람 없으나, “먹고잘자”면 그 치욕을 ‘삼키’며 견뎌야 한다. 그 견딤은 자칫 닥칠 수 있는 더 큰 고난을 “막는 것”이기에. 그래서 고난을 맞고 막으며 산다는 것은, 삶의 힘을 제공하는 ‘먹는 것’이기도 하다. 고난을 힘으로 전환하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시인은 비 맞고 발길질 받으면서도 “젖은 몸을/되세우”는 ‘입간판’에서 발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