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서늘한 냉기가 느껴지는 청송 얼음골.

올 여름은 ‘엘니뇨 현상’으로 오랜 기간 폭염과 열대야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가파른 물가 상승의 여파 등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기에 고약한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 ‘엔데믹 시대’를 즐기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관광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여행자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울창한 숲과 절경을 품은 ‘신성계곡’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4곳도 자리해
더위가 불러오는 기적 ‘청송 얼음골’서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로 피로를 ‘뻥’
철분이 많고 맛좋은 달기·신촌 약수와 
여름철 보양식 ‘약수 닭백숙’도 즐기길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언택트 생활문화의 확산과 정착이다. 이는 기존의 관광 형태를 대폭 변화시켰다. 이와 관련해 여행과 관광 전문가들은 “휴가와 휴양을 즐기는 다양한 요소들이 적지 않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듯 2023년 여름 현재 보이는 관광·여행 트렌드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에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떨치던 휴양지보다 비교적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

그 연장선에서 조용하고 공기 맑은 산과 계곡을 곁에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경북의 여행지는 어딜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깨끗하고 청정한 자연을 배경으로 최고의 여름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청송군이다. 청송을 휴가지로 선택해 여행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벼운 마음이 필수다. 청송은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선물 같은 관광지”라고 입을 모은다.

‘청송군 세일즈맨’이자 ‘청송 관광홍보맨’을 자처해온 윤경희 군수는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성큼 다가온 여름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 많다”며, “번잡한 도심을 피해 싱그러운 자연과 깨끗한 물, 한여름 8월의 풍성한 기운을 받으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산소카페 청송군’에서 여유롭게 삶의 쉼표 하나를 찍어보시면 어떨까요”라며 청송 방문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이번 여름. 청송을 휴가지로 선택한 여행자들을 위해 ‘청송 100배 즐기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고자 한다. 그럼 지금부터 볼거리와 먹을거리, 거기에 더해 즐길거리까지 풍성한 청송으로 떠나보자. 출발지는 싱그런 녹음이 유혹하는 신성계곡이다.

□ 여유로운 여름 산책 즐기는 ‘신성계곡 녹색길’

신성계곡 녹색길은 관광공사 주관해 평가한 ‘여름철 관광지’로 선정된 걷기 좋은 여행길이다.

갯버들 하천 길, 갈대 봇도랑 길, 방호정 길, 자암 길, 하천 과수원 길, 백석탄 길로 이어진 12km의 짙푸른 녹색길은 맑은 물과 푸른 숲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까지 들으며 걷다 보면 갑갑한 일상에서 훌쩍 벗어났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녹색길을 아우르는 신성계곡은 절경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계곡 전체가 청송군의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불리는 청송8경의 제1경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한, 이곳은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방호정 감입곡류천, 백석탄 포트홀 등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4곳을 품고 있기에 아이들의 지구 환경 학습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라는 게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산사태가 발생해 약 400개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소공원은 학습장의 역할과 동시에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방호정 감입곡류천은 아름다운 하천, 퇴적암 절벽, 도지정 민속문화재 ‘방호정’이 어우러진 명소로 유명하다. 방호정은 조선시대 선비 방호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생모 안동 권씨의 묘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다. “신성계곡을 찾게 된다면 이곳을 빼놓으면 안 된다”는 게 청송군청의 친절한 설명이다.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위치한 백석탄 포트홀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 같은 바위 군이다.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깨끗하고 맑은 물은 ‘이곳은 신선이 산다는 선계(仙界가 아닐까’라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계곡의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침식돼 바위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겨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조선 인조 때는 경주 사람 송탄 김한룡이 백석탄의 시냇물이 맑고 아름답다 하여 고계(금)라 칭한 적도 있다고 한다.

 

독특한 풍광의 청송 신성계곡 백석탄.
독특한 풍광의 청송 신성계곡 백석탄.

□ 깊은 골짜기에서 나무 향기와 함께 하는 ‘청송 얼음골’

신성계곡을 돌아봤다면 다음 방문지로는 청송 얼음골을 추천한다. 여름의 최고 여행지로 손꼽히는 청송의 또 다른 명소가 얼음골이다.

얼음골 계곡 주변은 한여름 외부 온도가 섭씨 32℃를 넘으면 얼음이 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더위가 불러오는 기적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청송 얼음골은 골이 깊고 갖가지 나무들이 울창하며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어 산새들의 지저귐 속에서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다. 또한, 계곡 골짜기를 따라 부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한껏 호흡할 수 있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다.

□ 달기·신촌 약수 한잔 마신 후엔 약수 백숙 먹으러

달기약수탕은 청송읍 부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 년 전 조선 후기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을 마치고 낙향해 이곳 부곡리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로를 만들던 이들이 물을 마셔보았더니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안해져 그 후 주민들이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달기약수탕은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솟아나는 양에 변함이 없고, 찬바람 부는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색과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동청송IC 인근에 있는 신촌약수터는 조선 말 조정에서 전국의 약수를 점검하고 평가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이곳 약수가 가장 무겁고 맛이 독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이 약수는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여행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는 후문이다.

달기약수터와 신촌약수터에서 솟아나는 물에는 철분이 많아 약수터 주변이 붉게 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탄산수는 톡 쏘는 맛이 특징인데, 이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근처 가게에서 판매하는 달콤한 엿과 함께 먹어보는 것도 좋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색 윤기가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밥은 찰기가 있어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라고 한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달기약수를 한 모금 마셨다면, 주위의 먹을거리를 찾아보는 것 역시 여름휴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근처에는 이곳 약수를 사용해 우려낸 약수 닭백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있다.

약수 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줘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돼 위에 부담을 덜하다.

약수에 닭,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녹두를 넣어 푹 고아서 닭이 알맞게 익으면 닭은 건져내 따로 담고, 국물에 쌀을 넣고 죽을 쒀 닭고기와 함께 먹는다. 닭죽은 위장병에 좋고, 몸의 기운을 돋우어 준다고 해서 많은 여행자들이 약수탕 인근 백숙 식당을 찾고 있다.

□ 청송 여행의 마지막 보너스는 쾌적한 ‘캠핑장’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수목을 가졌기에 전국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장소로 호평 받는 청송군에는 캠핑과 삼림욕을 즐길 공간도 적지 않다.

청송자연휴양림, 부남면 청송오토캠피장, 상의자동차야영장, 수달캠핑장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청송의 휴양림과 캠핑장, 야영장 모두는 비단 여름만이 아닌 봄과 가을, 겨울에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캠핑을 즐기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공간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김종철·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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