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진

(전략)

잃어버린 장소로 꿈이 흘러가고

테이블 위에서 잠시 머물다 빛나네

빛이 눈부신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의 모서리마다

다양한 구름의 입술 모양이 휘파람을 분다

어떤 나무는 온몸으로 흔들리고

어떤 나무는 스스로 가지를 부러뜨리지

아득한 자리마다 삶이 간절해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눈물을 쏟는

여기가 우리들의 주소지

빛의 발원지가 꿈이라면, 빛은 ‘잃어버린 장소’이자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 온다. 꿈의 흐름이 향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에. 이 빛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에 길을 비추어준다. 휘파람을 불면서. 그 빛은 “아득한 자리”를 간절하게 기억하게 이끌 것, 하여 우리의 삶에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형성해줄 테다. “온몸으로 흔들리”거나 “스스로 가지를 부러뜨리”는 삶들은, 그렇게 자신의 ‘주소지’를 얻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