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룡

물방울은 천년을 두고 떨어져서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그러나 돌멩이는

만년을 두고 몸부림쳐도

호수에 구멍 하나 뚫지 못한다.

이런 섭리로 하여

우리는 돌멩이와 물방울의

강도를 예측하지 못한다.

남들이 총알처럼 강하게

울부짖을 때

그래서 시인들은

바람처럼 노래한다.

‘강도’는 겉모양만 봐서는 ‘예측’할 수 없다. 물과 돌을 보라. 단단한 돌을 호수에 아무리 던져보아도 “구멍 하나 뚫지 못”하지만 작고 여린 물방울은 바위에 기어코 구멍을 뚫는다. 시인은 이를 우리의 말에 유비시킨다. 울부짖는 말은 겉으론 총알처럼 강력하게 보이지만 사람들 마음에 구멍을 뚫지 못한다. 하지만 시의 말은 바람처럼 가벼이 떠돌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고 보면 단단한 권력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