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속에

한참을 있었습니다

별빛을 따라

몸을 눕히는

가난한 갈대밭이

털을 부비고 있었습니다

바래져가는 갈잎 위로

시린 별빛이

주춤주춤 쌓입니다

그 별빛 다 녹도록

걷고 또 걸어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삶은 ‘길’로 비유되어 왔다. 위의 시의 시인에게 삶은 “당신을 만나러 가는/길” 위에 있다. 그런데 “걷고 또 걸어도/제자리걸음”인 것이 갈대밭 속에 있는 그 길이다. 사랑의 길은 밤에 놓여 있으며,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밤길을 비추는 별빛도 마음 시리게 쌓일 뿐이다. 사랑하는 삶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길만이 우리의 삶을 삶답게 이끌 수 있는 것 아닐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