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짧은 시는 주로 번득이는 시적 발견을 담아낸다. 위의 시는 숲속의 나무가 “제가끔 서 있”지만, 그 나무들이 함께 숲을 이루고 있다는 발견을 보여준다. 반면, “숱한 사람들”은 도시 거리를 걸으며 서로 만나지만,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비판적 발견 역시 보여준다. 숲의 젖은 흙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은 조화롭게 함께 하는 삶을 산다면, 도시인들은 “메마른 땅” 위에서 서로를 “외롭게 지나치며” 살고 있다는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