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2’
김황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인문

현대사에서 독일만큼 극적 반전을 보여준 나라가 있을까? 독일은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학살 등 씻기 어려운 만행을 저질렀다. 그 결과 국가는 패망하고 국토는 분단됐으며 국제사회의 불신과 경계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독일은 철저히 과거를 반성한 후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다. 경제부흥과 통일을 이뤄냈고 전범 국가의 오명을 떨쳐버리고 국제적 신뢰를 다시 얻었다. 그리고 세계사적 격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하나의 독일을 이뤘다. 이후 통일의 혼란과 후유증을 치유하며 새로운 번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중심 국가로서, 그리고 세계 평화의 중재자로서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

김황식<사진> 전 국무총리는 최근 펴낸 저서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2’(21세기북스)에서 전후 독일의 민주 정치, 특히 그 정치를 이끈 총리의 역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김 전 국무총리의 독일 총리 연구는 ‘한국 정치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인식과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전범국 오명을 씻고 통일과 번영을 이뤄낸 독일 정치에서 한국 정치의 변화 방향을 찾고자 한 것이다. 2022년 1월 출간된 1권은 우리 정치도 대립과 갈등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 펴낸 2권은 1권에 이어서 독일 역대 총리 4명의 정치 역정을 중심으로 독일 정치와 총리 리더십의 강점을 살펴본다.

1권에서는 콘라트 아데나워,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쿠르트 키징거, 빌리 브란트의 정책을 분석했고 이 책에서는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게르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어떻게 격변의 시대를 이끌었는지를 분석한다. 구소련과 동구권의 붕괴와 갑작스러운 통일 분위기 조성 이후 독일 총리들은 열강을 설득하며 평화적 통일을 이뤘다.

그리고 통일 이후 혼란을 극복하며 유럽과 세계 평화의 중재자로, 세계 중심 국가로 올라선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공헌을 한 총리들의 리더십은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는 분단국가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 발간한 2권엔 지혜와 신념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인 헬무트 슈미트, 뛰어난 판단과 결단으로 독일 통일을 완성한 헬무트 콜, 신념과 희생으로 독일 재성장의 토대를 놓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성실과 실용으로 독일과 유럽연합(EU)을 관리한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을 담았다. 책 후반부에는 독일 정치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들도 김 총리만의 시각으로 정리해 덧붙였다.

저자 김황식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법관으로 재직 중이던 1978~1979년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수학하고, 2013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다시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공부했다. 비록 독일 관련 전공학자는 아니지만 김 전 총리는 그 후에도 틈틈이 독일을 오가며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국가발전의 모델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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