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만

고동소리에 귀를 세우다

이내 동백나무 그늘 속으로 몸을 눕히는

해풍에 말라가는 눈 그렁그렁한

늙은 개 같은 섬을 떠날 때

어떤 이는 뱃머리에서 미지의 물결을 바라보고

어떤 이는 후미에서 가버린 물살을 회고하는데

나는 어떤 행로에도 속하지 못하고 눈을 떼지도 못하는데

그러나 왜

그리움도 파도도

앞발을 높이 들어 달려드는가 (부분)

위의 시의 인용 안 된 부분에서, 시인은 방문한 섬에서 주인 없는 빈 집을 외로이 지키는 늙은 개를 발견한다. 그 개에 대한 인상이 깊어서인지, 그에게는 섬 자체가 “해풍에 말라가는” 늙은 개처럼 느껴진다. 이어 시인은 자신이 “미지의 물결을 바라보”거나 “가버린 물살을 회고하”기보다는, 저 개처럼 “앞발을 높이 들어 달려드는” 섬에서 촉발된 그리움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