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

단속에도 무허가 노점 수레가

도로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면

원심력이란

이 나라의 가장 큰 폭정

멈춰 있는 난

등이 젖고 맙니다

구겨진 차선 하나 없이

불빛이란 불빛은 다 채운 도시

바퀴가 도는 곳마다 사람들이 밀려나고

아무리 눈에 힘을 주어도

주름지는 얼굴을 나는 계속 고쳐 맵니다

골목을 완장처럼 두르고

도로엔 미등이 붉게 타고 있는 저녁은

그래서 늘 상복입니다 (부분)

도시를 돌리는 ‘바퀴’의 ‘원심력’은 노점상처럼 가난한 이들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는 ‘폭정’과 같다. 하나 밀려나는 와중에도 이들은 악착같이 생활을 찾아야 한다. “무허가 노점 수레가” 단속을 피해 “도로를 가로지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밀려나는 삶은 위험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도로 위를 가로지르며 도주하면서 언제 죽음의 사고를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빛으로 화려한 도시 저녁의 “미등이 붉게 타고 있는” 도로에 대해, 공포 때문인지 “등이 젖”은 시인은 ‘상복’을 입었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