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일

밥 먹는데 머리카락이 나왔다

어떤 삶의 순간 달라붙는 물음표처럼 허옇고 구부러진

탯줄이 잘리는 순간부터 흘러든 고독은

얼마나 발효가 되어야

숭고한이라는 형용사를 품는 걸까

(중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얼마 전 죽은 가수의 노래를 듣다가

빈방과 빈방 사이 모퉁이와 모퉁이 사이

오늘과 어제 사이

환한 다리가 놓였으면,

하고 생각했다 안부가 궁금한 이가 언제든

건널 수 있게 (부분)

“탯줄이 잘리는 순간부터 흘러든 고독”이라는 구절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어 개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순간’-기존의 삶이 죽고 새로운 삶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한-부터 고독이 시작됨을 말해준다. 그렇게 고독을 살아가기 시작한 사람들은 마루를 사이에 둔 빈방들처럼 존재한다. 이에 시인은 “빈방과 빈방 사이”, 그리고 “오늘과 어제 사이”에 “언제든/건널 수 있게” “환한 다리가 놓”이기를 처연히 희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