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영

다들 지붕 밑에 모인다

나무와 고양이와 새들도

빈집과 짧은 여름과 기나긴 밤들도

우산처럼 지붕도 펴고 닫는다면

언제든지 가방 속에 휴대하고 다닌다면

누구든지 필요할 때 지붕을 꺼내 들 수 있다면

좋겠지, 지붕이 우산이 된다면

좋겠네, 지붕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것들이 한 움큼 국자 속에서 찰랑인다

언제까지 비는 하나의 자세로 떨어질 것인가

우산을 펼치려는 마음이

낙하하는 순간

떠돌아다니거나 한곳에 붙박여 살아야 하는 존재자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지붕 밑에서 만난다. “짧은 여름과 기나긴 밤들”까지도(이들 속에는 시인 역시 포함될 테다). 그런 지붕이 “누구든지 필요할 때” “꺼내 들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는 화자의 바람은, “모든 것들이 한 움큼 국자 속에서 찰랑”이는 시간에 대한 희구와 연결된다. 이는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끼리 ‘맛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희구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