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외로워서 숲에 들어와

낙엽 되어 앉아 있을 때

맑은 눈 맞추며

앉아 있던 박새

포르릉

떠나버린 나뭇가지

만져보니

따뜻하다

나뭇가지에서 외로이 떨어져 낙엽이 된 시인. 하지만 외로운 이에게도 눈을 맞추는 존재자가 있다. ‘맑은 눈’을 가진 하늘 위 저 박새가 그것이다. 이 박새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홀로 숲에 들어와야 하리라. 물론 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박새는 얼마 뒤 시인 앞을 떠나버릴 터이나, 나뭇가지에 체온은 남겨두는 것. 시인은 자신이 떠나온 나뭇가지를 만지며 그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하여, 우리의 삶은 외롭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문학평론가>